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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견과 함께 살면서

강아지 항암치료와 림프암 림포마 관해 판정

by 카르페디에미 2023. 2. 22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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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픈 반려동물들의 보호자들이 모인 대규모 카페가 있습니다. 저도 회원이라 열심히 들어가서 궁금한 걸 질문하고 알아가며 공부하고 있는데요. 이 강아지 림프암이라는 게 예후가 좋지 않아서 희망찬 후기를 별로 못 봤습니다. 늘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두 번째 사이클을 끝내기도 전에 무지개별로 가는 반려동물들이 많이 보였습니다. 강아지 림포마라는 암은 진단받고 1년이라는 기대수명을 기대할 수 있고 또 연구결과와 평균값이 그렇다고들 수의사들의 입에서 공통되게 나오는 말인데요. 1년 이상을 살면 정말 잘 버텼다고 말이 나오니까 뭐.. 1년 이상은 못 산다고 봐야겠죠. 하지만 림프종에 걸려서 치료를 안 하면 딱 두 달입니다.

똥꼬발랄 11살 말티즈

강아지 시한부견의 삶

저희 강아지의 나이는 13살입니다. 노령견에 림프종이란 암에 걸렸으니 치료를 해도 1년이라는 시한부를 받아놓고 항암치료를 하고 있지요. 아이의 턱밑에서 혹을 발견한 순간부터 저의 삶은 암흑 그 자체였네요. 매일 울고 매일 가슴이 찢어지고 항암치료를 결정하기까지 강아지 투병에 필요한 내 시간과 내 지갑의 두께를 걱정해야 하는 이 상황도 코미디였고요. 돈이야 뭐 벌면 되겠지만 시간과 돈을 써도 1년이라는 시간밖에 못 산다고 생각하니 간사하게도 이 돈을 써서 고작 1년밖에 못 사는데 애가 항암치료로 힘들어할 텐데 이걸 꼭 해야 하나?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. 제 스스로 잔인하다고까지 여겨져 부끄럽기까지 했던 시간들도 보냈습니다. 

결국은 항암치료를 하고 있지만 아이가 부작용으로 힘들어한다거나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게 보이면 바로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먹고 싶어 하는 거 먹이며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호스피스를 하려고 마음도 먹었습니다. 그런데 우리 아이는 정말 대견스럽게도 이 힘든 항암치료를 너무나도 잘 받아주고 별 부작용도 없이 관해라는 이 큰 산으로 올라왔습니다. 

 

관해란?  remission

완화의 전 용어로 림프종처럼 예후가 좋지 않은 악성종양에 치유라는 단어 대신 쓰는 말입니다. 강아지 림프종에 완치란 말은 없어요. 완전관해냐 불완전관해냐 이렇게 두 개로 부릅니다. 완전관해라면 검사상 림프종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 상태가 유지되는 게 완전관해입니다. 불완전 관해는 검사에서 인지되는 질병이 남아있을 때 쓰는 말입니다.

 

림포마 발병 75일 만에 관해 판정을 받다.

깨끗한 림프 초음파

22년 9월 말 림프종이 발병해서 8차 항암치료를 받고 유지기 때 실시한 종합 검사에서 관해 판정을 받았습니다. 두 번째 사이클만에 관해를 받은 건 림포마가 항암제에 유난히 잘 반응하고 예후가 좋지 않은 T셀 림포마가 아닌 B셀 림포마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. 이 관해를 계속 유지하면 완전 관해가 되고 우리 강아지의 1년이라는 기대수명은 최대 2년이 될 수도 있는 의미 있는 판정이라 정말 심장이 요동 칠 정도로 행복했습니다. 강아지도 기특하고 저도 기특해서 끓어 안고 울었습니다.

 관해 판정 후 케어 

림프종 항암치료 중엔 과일을 먹일 수 없습니다. 암세포가 좋아하는 당과 탄수화물을 줄 수는 없었으니까요. 워낙 과일을 좋아하던 강아지라서 과일을 보이지도 않고 저 또한 먹지도 않았습니다. 관해 판정받은 날 기다리고 기다리던 과일 타임을 가졌지요. 그것도 제가 제일 좋아하고 우리 강아지가 좋아하는 맛있는 겨울딸기로요. 둘이 나란히 앉아 딸기를 나눠 먹던 그 순간이 떠오르네요. 비록 통장은 삭제되고 녹아내리기 시작은 했지만 마음만은 정말 만수르 안 부러운 그 기분.. 

관해를 받은 후 조금 신경 쓴 건 다음과 같습니다.

  • 한층 너그러워진 식단
  • 짧고 간단한 산책

철저히 관리했던 식단에서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먹이기 시작했습니다. 그리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짧은 산책. 그리고 노즈워킹으로 스트레스를 풀게끔 도와주었는데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로 돌아오더라고요. 항암치료를 받고 퇴원한 후 +3일은 잠만 자거나 힘들어하긴 했지만 3일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차고 똥꼬 발랄한 강아지로 돌아오더군요.

그래서 항암치료 할만하냐고요? 해야 되냐고요?

제 대답은 "네! 해야 합니다."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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